[베이비뉴스] 유보통합, 사람·공간·시간·신뢰부터 바로 세워야... “언제까지 땜빵식 대책만 반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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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포천센터 작성일25-09-22 10:21 조회8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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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 각 분야에서 수많은 과제가 쏟아지고 있다. 방송을 접하다보면 현 정부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의 나열이나 관행적 지원이 아니라, 현실성 있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실하고 긴박한 문제해결에 대한 요구를 지니고 있는 것은 영유아 교육·보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기에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기를 바라왔던 바를 제시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베이비뉴스
◇ 유보통합, 큰 전환기… 더 근본을 짚어야 할 때
유보통합이라는 대전환기에 있는 지금, 단순한 제도 통합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 요소—사람·공간·시간·신뢰—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수십 년간 교사·학부모·전문가들이 이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현장은 여전히 근본적 해결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영유아 교육 선진국들은 생각보다 복잡한 규제나 과도한 행정 제도가 적다. 그런데도 교육과 보육의 질은 우리보다 높다.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고, 부모와 아이, 교직원은 우리보다 좀 더 행복해 보인다.
그 비결은 단순했다. 관리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아이들을 위한 환경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규제를 덧붙여왔다.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규제가 생기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유보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우리는 사람, 공간, 시간, 신뢰라는 영유아 교육의 기본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 두말할 필요 없는 첫 번째 해법: 충분한 ‘사람’
모든 영유아 교육·보육 실태조사에서 빠짐없이 1순위로 꼽히는 요구는 바로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이다. 지금처럼 교사 한 명이 너무 많은 영유아를 담당해서는 아이와 충분히 관계를 맺거나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아이들의 발달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사 수를 늘려야 한다. 이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교사가 충분해야 아이들도 편안하고, 부모도 안심할 수 있다.
◇ 하루 종일 실내에 갇힌 아이들, ‘공간’의 역습
우리나라의 어린이집은 여전히 실외 놀이터가 없는 곳이 절반 이상이다. 심지어 국가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조차 40% 가량은 자체 실외 놀이터가 없다. 자체 놀이터가 없는 경우에 교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매일 교통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외부로 나가는 것이 쉽지않은 현실이다.
반려견도 매일 산책시키는 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왜 교실에만 갇혀 있어야 하는가. 실외 놀이터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아이들이 발달에 꼭 필요한 오감 자극, 운동 경험, 그리고 정서 발달을 이루는 핵심적인 공간이다. 유보통합 추진 과정에서 교육부가 실외 놀이터 확충을 중요한 과제로 제시한 것은 물리적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면은 있으나 영유아의 생활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놀이와 배움을 위한 충분한 ‘시간’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교사 주도 활동과 특성화·특별활동이 점점 강화되면서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부모 부담을 줄여주는 정부의 지원까지 새롭게 시작되어 공적 기관인 어린이집이 사교육 활동에 정부 지원이 흘러가는 통로로 공식화되었다.
‘영유아 중심·놀이 중심 교육과정’이 단 몇 시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하루 전체가 영유아가 주도하는 놀이와 생활 속 배움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것이 곧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다.
◇ ‘공유’ 위에서만 자라는 진짜 소통과 신뢰
우리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기관과 가정이 아이들의 생활을 ‘공유’하는 데는 인색했다. 등하원 시 차량을 이용하거나 직접 데리고 가더라도 현관에서 인계·인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생활을 직접 보지 못하는 영유아 교육기관이 다수이다. 그러니 불신이 커지고, 교사는 알림장과 사진·영상 자료 등을 제공하느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한다. 신뢰는 당위가 아이라 신뢰의 근거가 마련되어야 형성될 수 있으며, 부모의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는 아이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바탕 위에서 자란다.
영유아 교육의 선진국처럼 등하원시 부모가 교실 앞 사물함까지 자연스럽게 들어와 아이들의 생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소통과 관리에 대응하기 위한 과도한 업무는 줄고 교사는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다. 공유없는 소통은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불신은 불안을 키웠다.
◇ ‘중복되는 과도한 규제’ 대신 ‘사람, 공간, 시간, 신뢰’ 바로 세우기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아동학대나 급식 부실 같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로운 관리·평가 시스템을 덧붙여왔다. 평가제, 안심 모니터링, 열린어린이집, 급식관리지원센터, 각종 점검, CCTV 등 그러나 아이들의 기본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관리에 쓰이는 막대한 비용을 아이와 교사를 위한 근본적인 환경 개선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 그것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길이다.
유보통합은 단순한 제도 개편이 아니다. 아이들의 삶을 바꾸고, 부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지각 변동의 기회다. 이제는 근본을 바로잡아야 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실외 놀이터와 넉넉한 면적 확보
-영유아 중심·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 보장
-영유아의 생활 공유를 기반으로 한 소통과 신뢰
이 네 가지가 바로 행복한 미래를 향한 시작점이다.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실내에서, 과밀한 반에서, 과도한 관리의 희생 속에 지내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기본을 돌려주어야 한다. 사람, 공간, 시간, 신뢰... 그 단순한 진실이 우리 영유아 교육의 질을 바꾸는 열쇠다. 유보통합이라는 큰 난제를 헤쳐나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영유아 교육의 질적 개선이라는 또 다른 난제를 해결하는데 현 정부가 높은 문제 해결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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